초등영어교육의 고려사항

학원 선택 시 유의사항

돌김짱 2007. 4. 13. 22:30

  앞에서 기왕에 학원 이야기가 나왔으니 초등학생 영어 교육에 있어서 학원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시중에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 상대의 영어학원은 부지기수로 많은 실정이니 사실 영어 교육에 있어서 학원을 선택하는 문제도 쉬운 일은 아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교육기관은 크게 상설 학원과 학습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학습지를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영어 회화 중심보다는 영어의 근본 구조와 이치를 차근차근 설명해가면서 이해를 도모하고 그 이해를 완전히 소화하도록 문제풀이를 하는 학습지가 좋은 학습지이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에서는 파닉스(phonics)를 하는 것도 좋다. 영어에 대해서 친근감을 가지게 하고 발음에 대한 이해를 일찍부터 가지게 해서 앞으로 영어 발음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학년 때 파닉스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학년에서 그것을 시작할 필요는 전혀 없다. 파닉스는 영어를 배우면서 스스로 깨우쳐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영어를 배우다 보면 거의 저절로 파닉스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이 파닉스가 도움은 되지만 영어 공부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초등학교 1,2학년이라면 파닉스부터 차근차근 학습지를 통해서 배우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3학년을 넘어서면 파닉스를 하는 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에 불과할 수 있으므로 바로 영어의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즉, 영어 문장의 구조를 주어별, 시제별, 종류별로 잘 설명하고 그것들을 종합적으로 테스트하는 문제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 학습지를 선택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학습지가 있지만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다. 하여간 학습지를 잘 선택해서 집에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영어 교육에 신경을 쓰고 지도하면 학원 다니는 것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알기를 바란다.


  이제 본격적으로 학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 학원은 우선 회화 중심으로 화려한 교재를 제공하는 곳을 우선적으로 배제할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회화를 강조하는 것은 앞에서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아이들의 부모에게 그를듯하게 보이기 위한 포장이 거의 대부분이란 것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생이 영어회화를 하리란 기대는 일찌감치 접으라는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영어회화 아무리 배워도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 회화를 할 만큼 충분한 영어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회화가 어렵다는 것은 성인들이 너무나 잘 안다. 다 큰 성인들, 이해력이 뛰어난 어른들도 어려운 영어회화를 어린 아이들이 쉽게 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영어 회화에 더 유리한 것은 발음 밖에 없다. 발성법이 굳을 대로 굳은 어른보다는 아무래도 아직 덜 굳은 아이들이 발음을 더 쉽게 따라하고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유능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발음에 대한 충분하고도 설득력 있게 잘 설명하고 또 시범도 보일 수 있을 때 이야기이다. 어설픈 원어민 교사에게 발음을 배우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발음에 있어서 대재난이다.


  그러므로 호화찬란한 회화교재와 원어민 교사를 앞세워서 아이들에게 영어 회화를 1-2년, 심하면 2-3개월 안에 완성시켜 준다고 선전하는 학원은 절대로 믿지 말기를 바란다.

 

  만약 그런 학원의 선전이 사실이라면 초등학교 때 그런 학원을 거쳐온 우리나라 중학교 학생들의 과반수는 영어로 수업을 듣고 영어로 보고서를 쓸 수 있어야 맞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영어 회화 중심의 학원에서 집중적으로 몇 년간 공부를 한 우리나라 중학생들 중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한 반에 한 명도 잘 없다.

 

  만약 있다면 그런 아이는 외국에서 거주하다가 귀국한 학생들일 가능성이 거의 100%이다. 오히려 그런 학원에서 공부한 학생들일수록 중학교 영어 성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고 봐서 무리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기피할 학원은 학원에 아이를 오래 붙잡아두는 학원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학원이 아이를 오래 붙잡아두면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 같아서 내심 반가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을 학원에 오래 붙잡아두는 학원은 아이의 영어공부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인성 자체를 망가뜨리기 쉽다.

 

  즉, 학원에 오래 있게 되면 열심히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감독하는 교사의 눈치를 봐가면서 딴 짓을 하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습관과는 더욱 멀어지고 담을 쌓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학원들이 아이들을 오래 붙잡아두는 것은 그 시간 동안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시간 동안 자습을 시킨다. 그렇게 자습을 시키는 표면적인 이유는 집에 일찍 가면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하니까 학원에 붙잡아두고 학원교사의 감독 하에 자습을 시켜서 단 한 시간이라도 공부를 더 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목적 외에도 학원들이 노리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네 학원 학생이 다른 학원이나 과외로 빼앗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학원들은 아이들을 밤늦도록 학원에 붙잡아 둔다.

 

  물론 이런 행태는 주로 중학생 이상의 고학년 학생들에게 해당이 되지만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상당부분 해당사항이 있다고 본다. 즉, 밤늦게까지 잡아두지는 않아도 일주일에 수업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학원은 기피해야 한다고 본다. 그만큼 아이들이 타성에 젖어서 공부를 스스로 못하게 되고 수동적인 인간성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세 번째로 기피해야할 학원은 숙제를 적게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 학원이다. 영어 공부는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체화해야 하는 공부이다. 어느 공부가 체화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으랴 마는 특히 언어라는 것은 자기가 철저하게 소화하고 그 소화한 내용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단어나 숙어 등을 외워야 하는 공부이다. 아무리 문법을 잘 알고 내용을 잘 이해해도 단어나 숙어를 모르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영어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소화하고 스스로 외우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공부가 영어 공부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훌륭한 자질의 첫 번째 덕목이 숙제를 많이 주는 것이고 교육 기관으로서 훌륭한 기관은 숙제를 많이 내어 주도록 교사들에게 요청하는 기관인 것이다. 그러므로 숙제가 없이 학원에서 강의만 듣는 것만으로 영어 교육을 시키는 학원은 더 이상 훌륭한 학원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재고의 여지가 없이 숙제가 없거나 적은 학원은 고려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숙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적어도 일주일에 5시간 이상 공부할 양만큼 숙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 하루에 1시간 정도는 영어를 공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생이라도 하루에 1시간 영어공부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영어란 진전이 있거나 아니면 퇴보하거나 둘 중 하나이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영어를 1시간 이상 공부하면 그 동안 공부했던 것들이 거의 다 머리 속에 머물러 있는데 이것을 안 지키고 그냥 넘어가는 날이 있으면 그 동안 배운 것을 급격하게 잊어먹게 되고 그런 날들이 연속으로 계속되면 기하급수적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영어는 매일 공부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숙제가 많아야 한다. 숙제를 통해서 자신의 것으로 완전하게 소화시켜놓지 않으면 교사 앞에서 설명을 들을 때에는 다 알 것 같던 것이 막상 스스로 하려고 하면 앞뒤가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영어 교육의 첫 걸음도 숙제이고 마지막 걸음도 숙제라는 것 잊지 말자.


  네 번째로 피해야할 학원은 필요 없이 어려운 교재를 선택하는 학원이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아이들의 능력에 부치는 어려운 내용과 어려운 문법을 포함하고 있는 교재를 사용하는 학원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아이들이 고생만 죽어라 하고 배우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한 가지 교재를 끝내고 나면 바로 다음 단계의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올라가는 학원도 비슷한 이유로 피해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들이 죽을 고생만 하고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기피해야할 학원들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학원은 어떤 학원들일까? 우선은 위에서 열거한 피해야할 학원들과 거꾸로인 학원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일 것은 가르치는 내용이 종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 학원은 회화 전문이다, 우리 학원은 문법 전문이다, 독해 전문이다 라고 하면서 전문성을 내세우면 별로 좋은 학원이 아니다. 영어는 문법만으로 정복되는 것이 아니고 독해만으로 정복되지도 않으며 회화만으로도 정복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회화는 영어 공부에 있어서 그 과정 상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해도 되지만 문법과 독해와 작문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단어는 필수 중에서도 필수인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한 가지 문법을 가르쳐주면 그 문법에 해당하는 독해를 함으로써 그 문법의 구체적이 적용에 대해서 이해를 가져야 하고 그 문법으로 작문을 함으로써 실제 구사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작문은 문법과 단어를 실제로 적용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문법에 대한 이해와 그와 관련된 단어 숙어들을 확실하게 외우고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문법을 배우면서 독해와 작문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또 독해를 아무리 해도 문법이 안 되어 있으면 순식간에 한계상황에 부딪친다. 문장 구조에 대한 분석 능력이 없이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당장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단어의 뜻만 알아도 대충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단어의 뜻만 가지고 직감으로 해석을 하는 훈련을 계속 하다보면 나중에 복잡한 문장을 대하면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꼼꼼한 문법실력으로 문장 하나 하나를 분석해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면서 해석하는 훈련을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해야 나중에 대학 입학 시험 때,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실제상황에서 영어를 사용할 때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몇 달만에 영어의 입을 열게 해준다는 식으로 선전을 하면서, 영어 해석은 문법이 필요 없고 직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들을 부르는 학원은 일종의 기만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법은 영어의 시작이요 마지막이다. 독해는 영어의 꽃이다. 작문은 영어의 엑스터시이다. 단어는 영어의 가장 기본 베이스이다. 단어라고 하는 암반 위에 문법과 독해와 작문이라고 하는 삼위일체가 설 때 제대로 된 영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삼위일체 위에 씌어지는 왕관과 같은 것이 회화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 머리에 씌워지는 왕관처럼 화려하게 완성되는 것이 회화이다.


  이제 결론을 말하겠다. 학원을 찾을 때 문법과 독해와 작문을 동시에 병행하면서 단어를 많이 외우게 하고 숙제를 많이 주는 학원을 찾아라. 그러나 그 숙제가 황당한 것들이면 안 된다. 학생의 수준에 맞는 단어와 독해 및 작문을 숙제를 통해서 시키고 그것을 다시 확인하는 학원, 그리고 문법을 철저하게 가르치는 학원, 이런 학원이 제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