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영어 교육의 현실
중학교의 영어 교육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아는 것은 초등학생 영어 교육에 매우 중요하다. 중학교의 영어 교육은 궁극적인 영어 교육의 목적지를 향한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거쳐가는 경유지이기 때문에 이것을 모르면 최초의 출발을 잘못하게 되고 잘못된 출발은 한참을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출발하는 사람은 아무리 길이 복잡하고 운전하기 힘들어도 한강을 건너야 한다. 한강 건너는 것이 힘들고 귀찮다고 자동차의 방향을 북쪽으로 돌리고 의정부를 향해 간다면, 혹은 중간에 놀기 좋은 곳이 있다고 거기서 차를 세우고 놀면 그만큼 다시 되돌아와야 하거나 늦어진 시간만큼 늦게 도착하거나 아니면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서 과속을 해야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지체하면 아무리 과속을 해도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을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여행을 할 때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 목적지를 가는 길이 어떤 경로로 가게 되며 어떤 길이 가장 빠른 지름길인지를 알고 출발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듯이 영어 공부도 최종 목적과 중간 경유지의 환경과 실태가 어떤지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영어 공부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영어 시험이 없기 때문에 제멋대로 공부를 해도 별다른 표가 나지 않는다.
시험이란 한 사람의 능력을 측정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써 자동차 여행으로 비교한다면 도로 표지판과 같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도로 표지판이 현재 위치가 어딘지, 여기서는 얼마만큼의 속도로 달려야 안전한지, 쉴 곳은 어딘 지를 알려주듯이 시험도 현재 영어 실력의 정도는 어떤지 어떤 분야가 부족한지 어떻게,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그대로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영어 시험이 없는 초등학교 수준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마치 아무런 표지판이 없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길을 잘 아는 운전자는 표지판이 없어도 잘 찾아가겠지만 길을 모르는 운전자는 참으로 불안하게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직까지 한 번도 자녀를 중학교에 보내 본 적이 없거나 있어도 이제 중학교 저학년이어서 제대로 된 중학생 자녀 교육의 경험이 없는 경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마치 안개 속을 운전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불안하고 흐릿한 것을 느끼며 살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영어가 어떻게 교육되고 있고 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달성해야할 영어 공부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즉 멀리서나마 내가 가야할 경유지의 희미한 불빛이라도 본다면 운전이 한결 마음이 놓이듯이, 한결 불안한 마음이 가실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영어 교육의 실태를 간단하게나마 짚어보고자 한다.
일단 중학교에 자녀가 입학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영어 회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즉, 시험을 통해서 아이의 영어 실력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우리에게 와서 영어를 배우다가 중학교 들어가서 2,3학년이 된 다음에야 다시 찾아와서 왜 그 때 회화에 미쳤었는지 모르겠다고, 지나고 보니 그게 다 헛것이었다고, 주변에서 엄마들이 영어 회화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하는 말이 그만 넘어가서 차분히 기초실력을 쌓아 가는 공부를 그만두고 회화 중심의 학원이나 어학원으로 애를 보낸 것이 정말 뼈저리게 후회된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것이 바로 중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어떤 영어 공부를 하게 되고 중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전혀, 혹은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초등학교 영어 교육을 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중학교부터는 영어를 정말 실력을 쌓는 교육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독해 실력이 중요하다. 중학교 영어는 단순히 하고 싶은 말은 표현하는 회화가 핵심이 되는 것이 아니고 정확하게 영어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즉, 국어 문제를 영어로 낸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다양한 표현 방식들에 대한 평가도 하게 되고 어휘력에 대한 평가도 심도 있게 이뤄지며 내용을 읽고서 주제와 그 흐름을 파악하는 평가도 이뤄진다.
이러한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단어와 숙어에 대한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단어와 숙어를 모르고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독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 문제 자체가 다양한 숙어를 잘 알고 구사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단어와 숙어를 많이 외우고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어와 숙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문법이다. 문법문제를 액면 그대로 시험에 출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장 속에서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는 부지기수로 나온다. 즉, 문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손도 대지 못할 문제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문법은 정확한 독해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문법을 잘 알고 있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는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출제할 수 있다. 사실, 거의 모든 문제에 문법이 다소간에 결부되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중학교 영어에서 또 하나의 특색은 말은 영어이지만 내용은 국어에 해당하는 문제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일정한 분량의 지문을 주고 그 내용을 파악하고 주제를 파악하며 내용의 흐름을 이해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를 낸다는 말이다. 지문이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중학교 학생으로서 읽고 문제를 풀기에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 나온다. 그리고 그 지문을 정확하게 독해하고 이해해야 답을 쓸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
이런 문제에서 그 지문과 관련된 문법을 모르거나 문장 구조를 모르거나 단어 하나라도 모르는 게 나오면 정확한 독해가 안 되고 정확한 독해가 안 되니 정확한 이해가 안 되어서 정답을 쓸 수 없게 된다. 즉, 지문의 주제가 무엇인지, 흐트러져 있는 문장들의 올바른 순서가 무엇인지, 지문 속의 어떤 주인공의 생각이 무엇인지 등을 묻는 문제가 나옴으로써 국어 실력이 없으면 문제의 답을 알 수 없는 그런 문제가 출제된다는 말이다.
초등학교 과정에서 회화만 열심히 한 아이들은 중학교에 들어오면 듣기 시험에서만 조금 유리할 뿐 지필 시험에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듣기 시험은 수행평가에 속해서 전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그나마 대다수 학생들이 비슷한 성적을 내기 때문에 듣기 시험에서 약간의 우위를 차지하는 건 전체 평가에서 별로 중요한 요인이 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지필 시험인데 이 시험에서 매우 큰 격차를 보이게 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격차도 점점 커진다.
예를 들어서 중학교 1학년 1학기 때 100점이 한 학급에서 2-3명 정도 나오고 전체 평균이 80점 대라면 2학년 1학기에 들어서면 한 학급에서 100점이 한 명 나올까 말까 정도로 줄어들고 90점 대가 서너 명 정도, 그리고 전체 평균은 최소한 10점 이상 떨어진다.
그리고 1학기에서 2학기로 넘어가면 다시 평균 점수가 10점 이상 떨어지는데 이 때 떨어지는 점수의 폭이 큰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회화 위주로 공부를 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1학년 때 90점 대를 유지했더라도 2학년 1학기가 되면 70-80점 대가 되고 2학기가 되면 60-70점 대, 3학년이 되면 50-60점 대나 심지어 그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2학년 1학기를 넘기기 전에 영어를 체계적으로 다시 배우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성적은 인정사정 없이 떨어지며 이 상태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되어 영어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게 된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영어 성적이 90점 대면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학교 전체 석차에서 10% 대 안쪽에 위치해야 제대로 실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데 두 문제 이상 틀리면 대체로 이 범위를 벗어난다.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학교 성적이 그렇게 나온다.
하여간 중요한 것은 전체 석차이고 여기에 있어서 10%대를 벗어나면 비상등이 켜졌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물론 학교에 따라서 +-5% 정도 격차가 나기는 하지만 안전대는 10%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중학교 3년에 걸쳐서 이 10% 범위 내에 있어야 최소한 영어는 나중에 대학 입시에서 1등급에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1등급이 전체에서 상위 4% 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능성이지 절대로 보장이 아니다. 사실, 2등급도 보장이 안 된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 회화 위주로 공부를 한 아이들은 이미 문법실력까지 갖춘 이 상위권에 드는 10% 아이들에 비해서 적어도 1-2년 늦게 출발하는 셈이 되고 만약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도 문법을 철저히 다지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3-4년이 늦는 셈이 되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나버리게 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영어를 거의 포기해야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초등학교 아이를 둔 부모들은 반드시 염두에 두고 아이들 영어 교육의 방침을 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권하고 싶은 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양과 질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문법은 중학교 문법과정을 거의 완성해야 한다. 이 이 블로그의 영어교육의 실제 편에서 다룰 문법 교육 실전 부분을 참고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2) 단어는 중학교용 단어 1,500-2,000 단어를 외워야 한다. 전부 스펠링까지 외워서 쓸 수도 있으면 더욱 좋다. 스펠링을 모조리 외우면 최소한 뜻은 잊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
3) 듣기는 중학교 2학년 수준 정도를 완성하면 좋다.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듣기는 앞에서 말한 대로 다른 것들이 갖춰져 있으면 쉽게 되기 때문에 특별히 크게 별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연습을 해야 한다.
4) 독해는 중학교 2학년 독해 교재를 어렵지 않게, 문법 구조에 맞게 해석할 수 있으면 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구문에 맞는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단어의 뜻을 보고 소설 쓰듯이 해석한다면 중학교 들어가서 문제가 발생한다. 짧은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렇게 단어의 뜻을 가지고 유추해서 해석하는 것이 속도도 빠르고 멋진 문장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나 복문에 부딪히면 그대로 막혀서 꼼짝 못하게 된다.
5) 말하기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전화 대화법과 인사말 정도 할 수 있으면 된다.
중학교를 들어갈 때 이 정도의 기초실력을 쌓아서 가는 아이들과 중학교 들어가서도 시작할 생각도 안 하는 아이들과는 다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이의 장래를 위해 좋은 것인지 부모님들의 신중한 판단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초등학교 다니면서 영어 동화책 몇 줄 외워서 영어 몇 마디 흉내나 내는 것과 중학교를 들어가서 웬만한 문장들 척척 해석하고 내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과 어느 쪽을 선호할 것인가? 잘 생각해서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