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가사노동이란...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더니...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가사노동에 대해서 글을 써보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한다. 남자가 가사노동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악수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결심이 결코 악수는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다.
가사노동이란 것이 유사 이래 여성들의 전유물이다시피 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결코 운명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과거 선사시대에는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일들이 남녀 공동의 일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사실, 그 당시에는 가사노동과 사회노동을 구분할 수도 없었으리라. 모든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은 바로 가사노동이었고 가사노동이 곧바로 산업생산 활동이었으니 말이다.
가사노동과 육아
그런데 여기에 가사노동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결정하는 데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그것은 육아에 관한 것도 써야할까 말아야할까 하는 문제였다. 육아 역시 가사노동의 일부임에 틀림이 없다. 육아도 주로 집에서 발생하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육아는 가사노동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노동에 속한다.
그래서 가사노동에 대해서 쓰면서 가끔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써볼까 한다. 주로 가사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겠지만 덧붙여서 육아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
육아는 가사노동 중에서 좀 심한 중노동에 속한다. 그래서도 남자들이 육아에 관한 사항은 대부분 아내들에게 맡겨 버린다. 왜냐고? 힘든 일 하기 싫은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그렇게 맡겨버리고 나면 남자들은 편하니까...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힘든 노동을 여자에게 떠넘길 정치적 파워를 남자들은, 남편들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파워와 관련한 것은 항상 개인적인 차원을 띄게 마련이다.
가사노동의 정치성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니, 아니 개인에게 무슨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있냐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잠깐 여기서 정치적이란 말의 의미를 잠시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정치적이란 권력이 개입되어 있는 어떤 상황을 말한다. 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을 정치라고 말하느냐? 거기에 막강한 권력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왜 정치인을 정치인이라고 칭하는가? 그들이 막강한 국가 권력을 쟁취하는 데 올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적인 일에는 정치성이 항상 개입한다. 공적인 일은 권력의 개입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일에, 특히 가사노동에 권력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말인가? 국회에서 가사노동은 누가 해야 한다고 법이라도 정했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에는 막강한 권력이 개입된다.
가사노동과 권력
예를 들어보자.
한 여성이 결혼을 한 후 직장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전업주부라는 직함을 얻게 되었다고 하자. 그 여성이 가사노동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고 지내면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상당한 양의 압력을 행사해서 가사노동을 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남편 만이 아니다. 온 세상이 그녀를 향해서 비난을 퍼붓는다. 시집 식구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친정식구들까지 너 그래선 안된다고 나무란다.
시집이나 친정은 관계라도 있지, 아무 관계도 없는 온 세인들이 집에서 놀면서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여성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 때 동원하는 그 모든 힘은 막강한 권력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왜 권력이지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자명해진다. 실직한 남자가 집에서 가사노동하지 않고 놀고 지낸다면 그의 아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가 가사노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 비난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남편이 실업자인 경우에도 남편이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권력의 해체를 위하여...
가사노동의 실태는 현실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 얼마나 권력의 차이가 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의 차이는 바로 여성에 대한 온갖 종류의 억압으로 구체화된다.
이런 잘못된 권력은 해체되어야 하고 그 해체를 향한 길 중의 하나가 바로 남성에 의해서 말해지는 가사노동에 대한 이야기라고 나는 믿는다. 이야기는 엄청난 힘을 지닌다. 이야기가 바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문화를 바꾸니까...
그래서 독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야기이다. 그것이 극을 통한 이야기이건 책을 통한 이야기이건 구전으로 옮겨지는 이야기이건 상관없이...
남자가 아기 기저귀를 갈고, 남자가 밥을 짓고, 남자가 다림질을 하고, 남자가 커튼을 만들어 달고, 남자가 요리를 하고, 남자가 빨래를 하고, 남자가 청소를 하는 이런 이야기가 자꾸 자꾸 퍼질 때, 우리 사회의 개인 차원의 정치성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여기 가사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21세기는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왔던 수 많은 권력이 해체되는 세기가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런 권력들 중의 하나가 바로 남성들의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들어오는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조언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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