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학년인 아이가 하나 왔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4학년 중간쯤까지 내가 가르쳤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마지막에 그만 둘 즈음에 나는 그에게 관계대명사를 조심스럽게 가르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에게 관계대명사는 너무 어려운 개념이기에 과연 이 아이가 제대로 소화를 해 내는 지 못해내는 지 아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아이는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해내서는 관계대명사가 들어가야 하는 한글 문장을 정확하게 영작을 해 내는 것이었다. 정말 신기해서 열심히 가르쳤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의 엄마가 내게 이제 그만 보내겠다고 전화를 했다.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자기 친척이 영어를 가르쳐주기로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알고보니 C 어학원이란 데를 보냈던 것이었다. 그 어학원은 요즘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어학원이다. 그런데 2년 여를 그 어학원에 보낸 결과 내가 가르쳤던 4학년 그 당시보다 실력이 훨씬 떨어져서 온 것이다.
그 아이는 과학고를 가는 것이 목표인데 수학과 과학은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오지만 영어가 딸려서 다시 우리에게 배우려고 왔다고 한다.
그 어학원에서는 일주일에 여섯 시간 수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귀중한 시간 내내 회화 연습만 했다고 아이는 투덜거렸다.
아마도 그런 종류의 어학원에 초등학생을 보내는 부모님들은 처음엔 아이가 영어로 몇 마디를 중얼거리니까 우리 애가 곧 영어 회화를 쏼라쏼라 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몇 년을 보낸 결과 여전히 회화는 못하고 문법과 독해실력은 떨어져서 중학교에 들어간 후 시험 성적도 제대로 안 나오는 그런 경험을 하고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대책을 세운다.
정말 성실하고 머리도 좋고 공부를 잘 하는 아이를 부모의 순간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자칫하면 돈 들여서 장래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초등학생에게 회화를 가르치지 않는다. 안 되는 걸 된다고 해서 가르치는 건 사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문법과 단어, 그리고 이 문법과 단어를 토대로 한 독해, 이것이 먼저 되고 나서 회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아이 엄마는 일찍 문제를 깨닫고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했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하면 과학고 갈 정도의 실력은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초등학교 때 회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영어 장삿꾼들의 꾀임에 넘어가서 아이의 귀중한 시간과 능력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는 수 많은 부모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대다수 사람들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을... 다만 이 아이의 부모처럼 너무 늦기 전에 제대로 깨달아서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를 하도록 아이를 인도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교육부에서는 각급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정하느라 귀중한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데 그 원어민 교사들이야말로 전시행정의 산표본이라고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원어민 교사에게 배정할 예산이 있으면 차라리 영어 선생님들 연수나 더 자주 시켜주는 것이 백배 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마을로 그렇게 예산 낭비하고 실질적인 영어 교육의 효과는 거의 얻지도 못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 전시행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교육부나 원어민 교사가 학교에 있으면 아이들 영어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부모들이나 오십보 백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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