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영어교육의 고려사항

조기유학이 필요한 경우

돌김짱 2006. 8. 22. 20:45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유학을 가야할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정치가나 기업가의 자녀 또는 그런 직업을 꿈꾸는 아이들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봐서 전혀 손색이 없는 일등국가이다. 미국서 살다가 귀국한 후 느끼는 아이러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잘 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세계 최고 부자나라인 미국과 비교해도 별로 손색없는 삶의 질을 영위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못산다고 자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리나라만큼 잘 사는 나라 드물다. 겨우 10여 개 정도 손을 꼽을까 말까하는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이렇게 올라가다 보니 경제와 정치가 정말로 세계화가 되었다. 기업가는 세계적 인맥과 비즈니스 상의 네트워크가 필요하게 되었고 정치인도 세계적 지도자와의 연결망이 중요하게 되었다.

 

  정치지도자, 외교관, 기업가, 경영인들은 이러한 세계적 인맥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으면 그보다 더 좋은 자산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정치가나 기업가, 경영인의 자녀들은 필히 어렸을 적부터 그런 사람들의 자녀들이 오는 학교에 가서 그들과 친분을 쌓아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는 정치인 자녀들이 주로 가는 기숙학교(boarding school)와 기업가 자녀들이 주로 가는 기숙학교가 있다. 이런 기숙학교에는 전 세계에서 그 분야의 쟁쟁한 집안 자녀들이 몰려온다. 인맥을 쌓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기업가뿐만 아니라 자녀를 그런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사람, 아이가 그런 꿈을 가지고 있고 그런 꿈을 키워줄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그런 학교로 유학을 보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국내에서도 역시 인맥을 키워놓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부모의 능력이 국내에서 그런 인맥을 형성하고 그런 인맥의 네트워크에 자기 자녀를 넣어줄 수 있을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런 경우 조기유학은 할 수만 있다면 필수적인 것이고 가능하면 미국에서 아이비 리그 대학까지 나오게 밀어주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나 평범한 중산층이나 조금 경제력이 여유 있는 기업의 임원이 자기 자녀를 그냥 그 학교가 좋다더라는 평판 하나만 의지하고 아이를 그런 학교에 보내는 것은 정말 아이를 망치는 길이다. 공부를 끝낸 후 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면 정말 신중하게 선택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눈앞의 일만 생각하고 사는 건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자기 자녀가 당장 눈앞에서 고생하는 것이 너무 안스러워서, 아니면 영어를 못해서 힘들어하는 것이 불쌍해서, 혹은 당장 천문학적 숫자로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힘겨워서 조기 유학 내지는 교육 이민을 고려하고 또 실제로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은 초.중.고등학교 학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는 너무나도 창창하게 남은 인생을 위해서 준비하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그리고 앞날의 준비를 위해서는 일정정도 고생하고 희생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잠시잠깐의 고생과 힘든 것을 참지 못해서 조기유학이나 교육이민을 떠난다면 그곳에서 또 닥치게 될 어려움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실 이국만리 타향에서 겪는 어려움은 우리나라에서 겪는 고생과 힘든 것에 비하면 약과라고 해야할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교육적 환경이 훨씬 낫다고 해서 찾아간 나라가 상이한 문화와 사회적 여건 때문에 오히려 아이를 망칠 가능성이 더 높다면 조기유학이나 교육이민을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자녀의 40대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 모습이 잘 상상이 안 되면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을 바라보자. 우리나라보다 못 살고 우리나라보다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노동 이주자들을 보면 우리 자녀들이 조기유학을 가고 교육이민을 가서 살아갈 앞날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이 40을 넘어서 은퇴하고 살아갈 시기를 생각해보면 더욱 끔찍스러워진다. 친구 하나 없이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야 하는 영어권 나라들의 문화, 나이 듦이 존경은 고사하고 오히려 놀림감이 되고 약탈의 대상이 되는 그런 곳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결론적으로 말해서 자녀의 조기유학이 필요하거나 조기유학을 보내도 되는 경우는 아이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국내에 돌아왔을 때 그 아이의 한국 내 정착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을 때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엄청난 돈이 있던지, 정치적 권력과 인맥이 있던지, 튼튼한 사업체를 가지고 있던지, 학계에 충분한 인맥이 있어서 교수로 밀어줄 수 있던지 이런 것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확실하게 있지 않으면 조기유학을 보내서 현지에서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게 하는 것은 아이더러 지구에서 키운 다음 화성에다 던져놓고 네가 알아서 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는 것이다.

'초등영어교육의 고려사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어민 발음의 신화  (0) 2007.04.03
회화냐 문법이냐?  (0) 2006.09.05
조기유학을 갈 때 고려사항 2  (0) 2006.09.05
조기유학을 갈 때 고려할 사항 1  (0) 2006.09.05
조기유학에 대하여  (0) 200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