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립학교보다는 좋은 학군의 공립학교가 더 낫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은 대체로 공립학교가 좋은 지역에는 사립학교가 없다.
앞에서 예로 들은 특별한 기숙학교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립학교는 공립학교가 너무 나빠서 그 학교에 도저히 애를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가난한 지역의 조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사립학교는 우리나라 사립초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학군이 나쁜 지역에 사립학교가 생존 내지 번성할 수 있고 학군이 좋은 지역은 공립학교가 너무 좋기 때문에 사립학교가 경쟁력을 갖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립학교를 소개하면 일단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요즘 미국 주정부들이 외국에서 조기유학을 오는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서는 공립학교에는 불법체류자나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학생의 입학을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공립학교로의 조기유학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알선기관들이 주선하는 국내 학교보다 한참 질이 떨어지는 학교로 귀한 내 아이를 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카톨릭 학교들이다.
카톨릭은 자기네 신도들의 자녀들을 카톨릭 신도로 계속 키우기 위해서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사립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싼 수업료를 내고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립학교가 바로 카톨릭 학교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카톨릭 학교들도 역시 학군이 나쁜 지역에서 운영하는 학교는 질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카톨릭 학교로 유학을 보낼 때에도 그 학교가 위치하는 지역이 어떤 지역인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립학교가 좋은 지역에 있는 카톨릭 학교는 최소한 그 지역 공립학교 수준은 되어야 신도들이 자녀를 그 학교에 보낼 것이기 때문에 질적 수준이 공립학교와 견줄 정도로 높다. 반면에 공립학교가 나쁜 지역은 웬만큼만 하면 경쟁력이 있으므로, 또 그 지역 학부모가 부담할 수 있는 학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사교육비가 한국보다 덜 들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
조기유학을 보내거나 아이 교육 때문에 이민을 간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엄청난 사교육비를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부담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 나라는 없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교육의 질이 높은 나라로 갈 경우 사교육비가 우리나라보다 결코 적게 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보다 교육의 질이 높은 나라는 그만큼 예산이 뒷받침된다는 말이므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경우 막대한 재산세가 교육재원으로 충당되고 있으며 그 외에 연방정부의 교육 예산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소득세가 그것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훌륭하고 높은 교육의 질이 싸구려로 되는 법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가 그 교육의 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인 것이다.
또한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서도 별도의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시 미국의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 소위 사립명문대라고 할 수 있는 아이비 리그 소속의 대학이나 그 밖의 명문 사립대학을 가려면 학교교육 외에 예체능 교육과 지도자 훈련, 사회봉사훈련 등 해야할 일이 무척 많은데 이중에서 예체능 교육과 지도자 훈련은 상당한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대체로 평균적인 미국 초등학생은 운동을 두 가지 한다. 수영은 기본이고 그 외에 남학생은 야구나 미식 축구, 테니스, 골프 등을 한다. 여학생 역시 수영은 기본이고 축구나 테니스, 골프 등의 운동을 한다.
음악은 피아노를 기본으로 하고 그 외 관악기나 타악기 하나를 더 한다.
초등학교마다 대체로 앙상블이나 관현악단이 조직되어 있어서 원하는 학생은 거기에 소속해서 악기를 배울 수 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모자랄 수밖에 없어서 과외를 하게 된다. 그런데 예체능 계통의 과외비는 우리나라 예체능 과외비와는 비교가 안 되게 비싸다.
또 지도자 훈련을 위해서는 캠프를 등록하고 가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한 해 여름 방학 때 2-3개 정도의 캠프에 참여한다.
이들 캠프는 질과 양에 따라서 비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수 백 달러에서 수 천 달러까지 이른다. 심지어 일류대를 꿈꾸는 아이들은 남극탐험 북극탐험 등의 수 만 달러 짜리 캠프도 참여한다고 한다.
미국 대학들이 이런 캠프나 사회 봉사활동, 그리고 예체능에 대한 능력 이런 것에 얼마나 중요성을 부과하느냐 하면 가끔 대학입학 수능시험인 SAT를 만점 받고서도 아이비 리그 대학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저런 과외 하지 않고 캠프 참여하지 않고서도 학교 다닐 수 있고 그렇게 다니고서도 적당한 대학 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적당한 대학을 나올 바에야 한국에서 그렇게 적당히 공부해서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미국에 조기유학을 가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아무리 학비가 싸거나 심지어 무료라고 해도 체재비 자체가 우리나라 사교육비보다 더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겨우 적당한 대학이나 들어갈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유학을 가는가?
외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학연과 지연, 인맥으로 거의 모든 경력을 좌우하는 나라에서 오로지 외국에서 쌓은 것만으로 승부를 낸다는 것은, 그것도 외국의 일류대도 아닌 적당한 대학 출신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이런 연고로 자연히 외국에서 대학을 나오면 그 나라에서 직장을 구하고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일생은 외국인으로서, 방랑자로서의 삶이 정해지게 된다.
어느 나라든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보다 더 좋다거나 최소한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라면 인종차별을 감수해야 하고 그 곳에서 어떤 형태로서든지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이런 불이익과 차별이 우리나라의 어떤 교육제도의 불합리성과 열등성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학비가 비싼 사립 고등학교를 다니고 그래서 사립 명문대학을 졸업해도 이런 인종으로 인한 차별과 불이익은 극복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적당한 대학을 나온 사람에 대해서는 말해서 무엇하랴.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고려할 요소는 자기 아이의 장래이다. 우리 아이가 미국이나 뉴질랜드나 캐나다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심지어 태국, 인도, 필리핀 이런 나라에서 공부를 해서 우리 문화를 배우는 대신에 남의 나라 문화를 배우고,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아서 인종적 편견과 차별과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능력껏 자신의 삶을 도전적으로 살아보는 대신에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해야할 온갖 노력 위에 그러한 편견과 차별까지 덤으로 얹어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심지어 잠깐 동안의 유학이라도 고려해야 한다. 1-2년 잠깐 다녀온다고 하는 말이 평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이의 인생을 초중고 12년만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자. 아이는 초중고를 졸업하고서도 6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특히 중 고등학교 6년을 조금 편히 지내게 하기 위해서 남은 평생을 힘들게 살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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