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의 실제

처음 가르쳐야할 사항들 1: 품사

돌김짱 2007. 5. 6. 09:24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웬 품사 타령이냐고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 모른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에는 품사나 문법이나 이런 것보다는 그냥 느낌으로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이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우리 집으로 배달되는 광고지들 중에도 문법 배우지 않고도 불과 2-3개월만에 스스로 영어 일기를 쓰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학원 광고가 수시로 있다. 부모들 입장에서야 눈이 확 뜨이는 광고가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자기 귀여운 자녀에게 3개월만에 영어로 스스로 일기를 쓰도록 해 준다는데 귀가 솔깃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런 광고지에는 샘플 일기가 몇 개 들어있다. 어느 학교 누구라고 신원을 밝히고 올린 광고 글이니 거짓말일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처음 영어를 배울 때 중요한 문법사항들을 배우지 않고 감으로 해석하고 감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놓으면 나중에 문법을 배워도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머리 속에는 감으로 하는 영어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교통정리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혼잡할 대로 혼잡한 서울 도심을 재개발하는 것과 허허벌판이었던 일산이나 분당 땅에 도시계획 마련해서 신시가지 건설하는 것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애초에 허허벌판인 머리 속에 문법이라고 하는 계획을 세워서 길을 내고 영어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감으로 잡아서 하는 무질서하고 무계획적인 난개발이 이뤄진 도시를 다시 땅과 건물을 다 매입하고 거주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고(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말썽과 문제가 생기는가! 잘못하면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쇠파이프가 춤을 춘다.) 토지정리를 한 다음 영어의 도시를 새로이 건설하는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쉬울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래서 감으로 잡는 영어를 배운 아이들은 그 시간만큼 늦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감으로 잡는 공부법을 확실히 머리 속에서 제거하고 그로 인한 걸림돌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시간낭비를 하는 것까지 합해서 늦어진다.

 

  그리고 구 시가지 도시계획을 하다보면 어쩔 수없이 정리가 안 되는 건물과 시가지가 있을 수밖에 없듯이 잘못된 영어 학습법의 일부는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똬리를 트고 앉아서 두고두고 학생을 괴롭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깨끗한 백지 같은 아이들의 머리 위에 정확하고 섬세한 도시계획을 세우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법을 제대로 가르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먼저 해야할 일이 품사가 뭔지를 가르치는 일이다.


  그렇다면 품사가 뭔가? 품사라는 말 자체가 참 어렵다. 아이가 품사가 뭐에요? 라고 묻는다면 선 듯 답을 해 줄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이 영어 문법 용어들이 대부분 일본사람들이 만든 것을 그대로 들여와 쓰는 연고로 우리말로는 참 어려운 경우가 많다.


  품사란 뭐냐? 품사는 말의 기능과 역할에 따른 종류를 말한다. 이 점을 아이들에게 잘 납득시켜야 한다. 말이라고 다 똑 같은 것이 아니고 말에 따라서, 단어에 따라서 종류가 다르고 그 종류에 따라서 하는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잘 설명해야 한다.

 

  우리나라 말에도 이런 품사가 있다는 것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아이들은 쉽게 이해한다. 우리나라 말에도 사물의 이름이 있고 그 사물들의 상태나 움직임을 표현하는 말들이 있고 또 그 사물들을 꾸며주는 말이 있듯이 영어에도 그런 말의 종류가 있는데 바로 이 종류들을 품사라고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왜 영어공부 첫머리에서 품사를 가르쳐야 하는가 하면 품사를 알아야 주어와 동사로 이루어지는 영어 구문의 가장 기초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영어공부를 하면서 쉽지 않은 품사를 가장 기초적인 내용의 범위 내에서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일 먼저 겪게 되는 난감한 것이 문장 속에서 주어와 동사의 역할 내지는 그 의미를 이해시키는 것인데 이게 품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품사를 가르칠 수 없고 또 가르치는 품사의 내용을 깊이 있게는 가르치지 못해도 기본적인 품사의 기본 개념 정도는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면 가르쳐야할 기초적인 품사란 어떤 것일까? 우선 간단한 영어 문장이라도 예를 들어서 가르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알아야할 품사는 명사와 동사이다. 그리고 관사에 대한 이해와 형용사 및 전치사 정도라고 할 것이다. 영어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 관사와 형용사는 쓰이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명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이름이라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책, 컴퓨터, 사람, 연필, 펜, 음식 이런 것들이 바로 명사라는 것을 일러준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 이름도 명사이고 아이 자신의 이름도 명사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서 명사가 무엇인지 알려주면 아이들은 금새 알아차린다. 명사란 이름이구나, 컵도 명사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물건 이름들도 명사이고 주변에 보이는 모든 물건들의 이름이 바로 명사이구나 하고 이해를 한다.


  명사를 이해시키는 것은 별로 어렵지가 않다. 우리말의 명사와 영어의 명사는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쉽게 예를 들어서 가르칠 수 있다. 그런데 동사가 뭔지 이해시키는 것은 좀 어렵다. 우리말의 동사와 영어의 동사는 그 개념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의 동사는 사물의 움직임과 존재와 상태를 표현하는 말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만 우리말의 동사는 사물의 움직임만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말에는 동사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지만 영어에는 동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점을 납득시키는 것이 동사 이해의 키 포인트이다.


  그래서 영어의 동사란 우리말의 술어의 일부에 해당하게 된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들이 술어란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서 영어의 동사는 우리말의 제일 끝 부분에 해당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즉, "Soony eats breakfast(순이가 아침을 먹는다)." 라는 말에서는 "eat(먹는다)" 라는 말이 동사이고 "Soony is pretty(순이는 예쁘다)." 라는 말에서는 "is(다)" 가 동사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영어 예문을 들어서 설명할 때에는 be동사와 일반동사가 들어있는 문장을 모두 예를 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영어문장에서 비교적 쉬운 be동사 문장만 먼저 소개해 주면 우리말에는 긍정문의 경우에는 어떤 말이라도 끝에 "다"가 붙기 때문에 영어에서도 be동사가 바로 이 "다"에 해당하는 것인 줄 알고 무조건 모든 문장에 be동사를 넣으려는 습성이 생기기 쉽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딪히는 문제 중에 심각한 것들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은 ESL 환경이 아니라 EFL 환경이다. 그래서 영어를 우리말과의 비교를 통해서 이해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은 우리말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나가야 한다. 약 100개 정도의 예를 들어 보라. 웬만한 아이들은 동사에 대해서 감을 잡고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가르칠 것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예문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정도일 것이다.


  Myungsoo is a student.


  A dog is smart.


  They are beautiful.


  Younghee goes to school.


  A cat eats lunch.


  You have a good bag.


  Soony makes a kite.


  A flower is pretty.


  Heesoo is a dentist.


  Youngjin has a pretty doll.

 

 

  다음으로 관사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이건 정말로 어렵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들 중의 하나가 이 관사 부분일 것이다. 우리말에는 관사라는 것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관사는 독립된 품사가 아니고 형용사의 일종으로 분류되는데 우선은 막연한 것을 가리키는 명사 앞에는 그 명사가 하나일 경우 "a"나 "an"을 붙이고 여러 개일 경우에는 명사 뒤에 "s"를, 뭔가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말할 때에는 the를 붙인다는 정도로 설명을 해 주는 수밖에 없다. 관사는 기계적으로 붙이도록 일단은 훈련시키는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


  형용사는 우리말에 풍부하게 있기 때문에 가르치기 쉽다. 명사를 꾸며주거나 보충해서 설명해주는 말이 형용사라는 것을 설명해 준다. "pretty Soony(예쁜 순이)" 라고 할 때의 "pretty(예쁜)"가 바로 형용사라는 것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a white house(하얀 집), a red car(빨간 자동차) 등과 같이 명사 앞에서 색깔을 알려주는 말도 다 형용사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빨강, 하양 등의 색깔을 나타내는 말이 우리말에서는 명사이기 때문에 명사와 형용사를 혼동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대명사를 가르쳐 줘야 한다. 대명사는 명사와 하는 역할이 같기 때문에 개념만 익히게 해주면 나머지는 명사를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그 쓰임새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대명사라는 말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게 막상 그렇게 쉽지 않다. 명사이면 명사지 대명사는 또 뭐냐 라는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명사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아이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Soojung does homework(수정이는 숙제를 한다)." 라는 말에서 "Soojung(수정이)" 대신에 "I(나는)" 라고 말해도 되지? "수정" 이라는 명사 대신에 "나는" 이라는 말을 사용했잖아? 그리고 이 "나는" 이라는 말은 수정이 뿐만 아니라 영숙이도, 명희도, 철수도, 엄마도, 아빠도 사용할 수 있지? 이렇게 어떤 명사라도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말이 대명사란다 라는 정도로 설명하면 알아들을 것이다.

 

  또 "A pencil is long(연필은 길다)." 이라는 말을 "This is long(이것은 길다)." 이라고 말해도 되지? 여기서 "pencil(연필)" 대신에 "This(이것)" 라고 말했지? 그리고 이것이란 말은 연필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 대신에도 "이것" 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지? 이처럼 나, 너, 그, 그녀, 그들, 우리, 너희들 등처럼 사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명사가 있고 또 이것, 저것, 그것, 어떤 것 등의 사물을 대신해서 말하는 대명사들이 있다는 것도 주지시켜야 한다.


  또 한 가지 품사와 관련해서 알려주어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영어는 우리말과 달리 한 단어에 여러 품사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red 라는 단어는 형용사로서 빨간 이라는 뜻이 있으면서 또 명사로서 빨강, 빨간 물감, 빨간 옷 등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한 단어가 다른 품사로 사용될 때 헷갈리지 않는다.

 

  우리말은 한 단어가 여러 품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있어도 동음이의어로서의 경우이지 한 계열에서 다른 품사를 가진 말로 사용되는 경우는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어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내친 김에 아이에게 영어에는 우리말의 조사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주격조사인 "은", "는", "이", "가" 나 목적격 조사인 "을", "를" 등을 비롯한 조사가 영어에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이해를 할 수 있으면 말이다. 그러나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이런 사항들은 천천히 영어에 대한 이해를 더해가면서 가르쳐줘도 늦지 않다.


  이 정도로 가르쳐주면 일단 간단한 영어 문장의 구성은 이해하고 그 문장들과 관련한 설명은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도는 되어야 영어에 대한 본격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된다면 초등학생 영어 교육은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커버하는 예문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A pencil is long.


  This is long.


  These are thin.


  That is a ball.


  Those are balloons.


  It is a red car.


  Red is a beautiful color.


  I am a student.


  I am thirsty.


  I like blue.


  I like a blue bag.


  You are a farmer.


  You are nice.


  You have a nice cap.


  She is a singer.


  She is pretty.

 

  She likes potato chips.


  He has a toy car.


  He is strong.


  He is an artist.


  We play soccer.


  We are happy.


  We are soccer players.


  They want apples.


  They are musicians.


  They are tall.